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업의 가치에 장기적 투자를 고집해 온 신영증권의 역량을 바탕으로 부동산신탁으로 수익원을 넓혀 가고 있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출범으로 증권사들이 기존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및 투자금융을 눈을 돌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영증권의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4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원 부회장은 부동산신탁 사업자로서 증여신탁, 유언신탁 등을 운영한 신영증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별·개인별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부동산 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영증권은 유진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꾸린 ‘신영자산신탁’으로 부동산신탁업 사업자 예비인가를 받았다.
부동산신탁업 사업자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신영자산신탁은 부동산 개발·분양·임대·관리 등 모든 과정에 걸친 지속적 서비스 제공과 금전·부동산이 연계된 종합재산관리 플랫폼 구축 등 사업계획의 혁신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신탁은 상위권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0~60%를 나타내는 등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신영증권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1956년 설립한 신영증권은 지난해 말기준 자기자본 1조871억 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지만 1971년에 세워진 뒤 47년 연속 흑자를 거두고 있는 알짜기업이다.
신영증권은 ‘가치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 주식형 투자상품 운용부문 및 채권 운용부문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자산관리와 투자금융(IB), 금융수익(이자수익) 등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신영증권이 내세우는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에 믿음을 둔 주식·현물 투자전략으로 주로 장기 투자형태로 이뤄진다.
다른 증권사들이 주로 주식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신영증권은 주식위탁매매 수익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그친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의 주식 위탁매매 수익 비중은 40~70%대다.
NICE신용평가는 “신영증권은 주식 위탁매매부문시장에서 지위는 낮지만 자산관리부문을 중심으로 우수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오랜 사업 기간에 만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투자금융(IB)부문의 시장지위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기존의 부동산신탁업 사업자들이 대형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왔던 것과 달리 지역별·개인별 부동산에 집중하겠다는 원 부회장의 전략 역시 신영증권이 그동안 해왔던 ‘가치투자’ 원칙과 사업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원 부회장은 창업주인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 최고경영자(CEO)다.
원 부회장은 2005년 신영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16년 3월 신영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원국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단독경영체제를 깨고 신요환 신영증권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로 일하고 있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출범을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자산관리와 투자금융에 힘을 실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안방살림은 신 사장에게 맡기고 원 부회장은 새 먹거리를 찾는데 힘쓰고 있다.
원 부회장은 2017년 말 자산 승계 서비스인 ‘패밀리 헤리티지’를 내놓고 신영증권만의 특화사업으로 정착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자산승계 서비스시장이 발달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에서 신영증권이 보유한 가치투자 노하우와 자산관리 역량을 모아 신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신영증권은 자산관리부문을 중심으로 안정적 사업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다변화된 수익구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변동성, 우수한 재무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