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2019년 들어 해외 수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 지역의 수주 규모가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5~6월 라마단(금식기간) 이후 하반기부터 발주량이 살아나며 수주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2019년 해외 수주 실적은 현재까지 34억9800만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의 60%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2019년 해외 수주 실적은 이날 현재까지 34억9800만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의 60%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중동 국가들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플랜트 발주 등이 많이 줄었다”며 “국내업체들은 사업포트폴리오를 중동 산유국에서 아시아, 중남미 쪽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수주 규모는 2019년 현재까지 4억 달러 수준을 보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73%가량 줄어든 것이다.
중동이 해외 수주에서 50~60%의 비중을 차지해온 만큼 최근 중동 지역의 수주 규모가 작아지는 것이 전체 해외 수주 규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전체 해외 수주 규모는 2010년 7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5~2018년까지 최근 3년 동안은 해외 수주 규모가 300억 달러 근처를 맴돌았다.
중동 지역의 수주 역시 2010년 472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하락해 2018년 92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전체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위 아시아(50.4%)에 이어 2위(28.7%)로 내려갔다.
플랜트(산업설비)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건설회사들의 해외사업은 그동안 플랜트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최근 10년 동안 플랜트 비중은 전체 해외 수주에서 70% 안팎을 보였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안팎으로 높은 편인데 중동 국가들의 플랜트 수주가 예전보다 많이 줄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시장에서 중국, 유럽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유럽 등도 저가를 앞세워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예전처럼 무리하게 저가 수주 경쟁을 하기보다는 수익성을 정확히 따지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2019년 전체 해외 수주실적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세련 SK증권 연구원은 “중동시장에서 EPC(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방식)를 중심으로 발주량이 살아나는 시점은 라마단 이후 하반기부터일 것”이라며 “라마단 기간 전후에는 발주처의 업무 처리 지연 등에 따라 수주 확정이 다소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을 의미하며 1개월 동안 이슬람교도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모든 음식 섭취와 일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라마단 기간은 해마다 달라지는데 올해는 5~6월로 예정돼 있다.
정부도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 활성화를 위해 6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지원책에는 3조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등 고위험지역의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베트남·인도 등 신남방 국가에서 산업단지 조성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2019년에도 해외 수주 300억 달러는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다만 막연히 수주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수익성을 높이고 EPC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