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의 계열사 아트라스BX가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자진 상장폐지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진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규정 요건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내부 절차를 따라 규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하려면 최대주주가 총 발행주식의 95%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가 확보해야 하는 95% 지분에서 자사주 지분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자사주를 대주주 측 지분에 포함해 상장폐지 기준인 95%를 충족하는 게 허용됐지만 자진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 자사주를 대주주 지분에 포함할 수 없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데 따라 자진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기업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할 때 최대주주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정하는 만큼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가격을 정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자진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 아트라스BX의 자진 상장폐지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 31.1%와 자사주 지분 58.43%를 더해 모두 89.53%를 확보했는데 자진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 당장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아트라스BX의 지분 64%가량을 추가로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트라스BX는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진 상장폐지 규정이 바뀌면 아트라스BX는 자사주 소각을 하거나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규제 강화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추가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거나 제도 변경에 따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아트라스BX는 시가총액 5161억 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한국타이어그룹에서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에서도 2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다 현금성 자산도 1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트라스BX가 건실한 기업인 만큼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얽혀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비타이어부문과 타이어부문을 나눠 맡고 있다.
타이어부문과 비교해 비타이어부문이 사업 규모가 작고 부실하기 때문에 인수 합병을 통해 비타이어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아트라스BX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이전부터 있어왔다.
대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 뒤 배당성향을 높여 자금을 늘리는 것처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아트라스BX를 합병한 뒤 배당성향을 높여서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요량이라는 것이다. 조현식, 조현범 두 형제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을 각각 19.32%, 19.31%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아트라스BX의 자진 상장폐지 추진과 경영권 승계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뜻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아트라스BX가 자진 상장폐지된 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아트라스BX를 인수합병한 뒤 배당성향을 높여 현금 자본을 확보할 거라는 관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아트라스BX가 상장폐지를 진행하려 했던 사유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