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회 파행으로 금융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시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열리지 않아 주요 금융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모인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집회기일 3일 전 국회의장이 공고해야 하므로 25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2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무산된다.

2월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개최가 요구되는 임시국회다. 2000년 국회법 개정으로 매 짝수 달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면서 “2월, 4월 및 6월1일과 8월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2월 임시국회가 무산되면 국회법 개정 뒤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의 첫 국회인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할 때도 형식적이나마 2월 임시국회는 소집됐다. 

최 위원장으로서는 국회 중단으로 현재 계류 중인 각종 민생법안을 비롯해 금융정책 법안까지 통과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책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국회에 계류된 주요 금융 관련 법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신용정보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 정책 법안 가운데 하나다.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금융 소비자정책 종합계획 수립, 금융교육 지원 및 금융분쟁 조정 등 금융 소비자 관련 제도를 종합적으로 규정한 법안이다.

금융 소비자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5월 발의돼 지난해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최 위원장도 특별히 신경 쓰는 법안이기도 하다.

최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 소비자 보호의 기본 틀”이라며 “법안이 하루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금융혁신의 필수 법안으로 꼽히는 ‘데이터경제 3법’의 통과도 최 위원장의 관심 법안이다.

최 위원장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핀테크기업에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경제 3법이 통과돼야 본격적으로 금융혁신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공청회’에 참석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매개로 세계 최대의 개인정보 안전지대를 형성하는 상황”이라며 “신용정보법을 비롯한 데이터경제 3법의 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주요 금융정책 법안들이 반드시 상반기 안으로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하반기부터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법안 처리는 더욱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3월 임시국회의 개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25일 모인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2월 임시국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3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논의했으나 이마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 두달이 다 지났는데 국회가 한 번도 열리지 못할 정도로 국회 파행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태인데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조속한 금융정책 법안 통과에 부정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률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입법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열려 빠르게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