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애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을 맞았다.
스마트폰 3D(3차원) 센싱 모듈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차세대 모듈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LG이노텍이 주요 스마트폰 제조회사를 고객사로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ToF(Time of Flight, 비행시간 거리 측정) 방식의 3D 센싱 모듈에서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했다.
LG이노텍은 2017년 애플에 아이폰X용 3D 센서 공급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3D 센싱 모듈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왔으나 이는 애플의 기술 지원을 통해 ‘애플용’으로 개발한 센서로 다른 제조회사에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 LG전자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8 씽큐’ 전면에 ToF 모듈을 공급하면서 3D 센싱 모듈 관련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애플에 납품했던 SL방식(적외선 패턴을 쏘아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의 3D 센싱 모듈에 이어 보다 발전된 ToF 모듈을 개발하면서 3차원 센서시장에서 그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ToF 모듈은 현재로서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고 특히 완성도 높게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히기 때문에 LG이노텍이 애플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글로벌 거래선을 따낼 공산이 크다.
정 사장은 “수익성 높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적극 투자해 LG이노텍을 오랫동안 영속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는데 과감한 시설투자를 통해 기술을 놓고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카메라 모듈 사업에 3천억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결정하는 등 3D 센싱 모듈 등 고부가 부품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이노텍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4.6mm 두께의 ToF 모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해 시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여지도 크다.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가 얼마나 얇고 가벼운가로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ToF 방식 모듈은 피사체에 보낸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함으로서 인식 과정이 단순하고 외부 간섭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서비스 구현에 유리하다.
▲ LG이노텍이 개발한 스마트폰 3D 센싱용 ToF 모듈. |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난이도도 SL방식 모듈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인식거리 또한 SL방식은 6m 이내지만 ToF 방식은 40m 이내로 장거리 물체 인식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샤오미와 레노버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은 이미 3D 센싱 모듈이 탑재된 스마트폰 제조에 들어가고 있어 LG이노텍에게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시작으로 3D 센서 채택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LG이노텍에 호재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에 3D 센서가 채택됨에 따라 시장 확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로의 진화 속도도 빨라져 LG이노텍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관계자는 “ToF 모듈 등 3D 센싱 모듈을 차세대 글로벌 일등사업으로 키울 것”이라며 “이미 R&D(연구개발)과 생산 등 사업기반을 다졌고 여러 글로벌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만큼 시장 선도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