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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이 공정경제정책의 '뜨거운 감자' 되나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19-02-13 16: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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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이 공정경제정책의 '뜨거운 감자' 되나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제도가 문재인 정부 공정경제정책의 '뜨거운 감자'가 될까?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여당이 도입하려는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제도에 걱정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은 기업이 상장과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차등의결권제도가 도입되면 1주 1표의 의결권을 지닌 보통주뿐만 아니라 1주 2표 또는 1주 5표 등 다수 의결권을 지닌 주식도 허용된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제도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팀장은 “현재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요건이 완화돼 있으므로 차등의결권제도가 도입되면 대기업 오너 3세나 4세가 벤처기업을 설립한 뒤 증자를 해 이를 발판으로 그룹 모회사까지 지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팀장은 “경영진의 독단이나 도덕적 해이를 일반주주가 견제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도 차등의결권제도의 단점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요 경제정책 기조로 '공정경제'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행 상법에서도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의결권 주식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말하는 것으로 회사의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이익배당에만 관심이 있는 투자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적합하다.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데 도움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2141개 회사 가운데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고 있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경영권 위협 때문에 상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경영권이 보장되면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고 고용이 증가한다는 주장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차등의결권 관련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성과가 떨어진다는 견해도 많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도 차등의결권제도를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인 '포이즌 필(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나 이사교체를 차례로 하도록 하는 시차 이사회제도는 이사회 안건으로 없앨 수 있지만 차등의결권제도는 법률로 도입될 것으로 보여 경영진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현재 차등의결권 제도는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도입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까지 적용이 확대된다면 보통주의 의결권이 희석돼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위해 상법 제369조와 상법 제334조를 개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기업공개를 활성화하겠다며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여 왔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의 구조와 관행을 혁신 친화적으로 바꿔 벤처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등의결권을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므로 정부와 여당이 성급하게 도입을 추진하지 말고 보완책을 고려하는 등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구논문에서 “차등의결권제도는 비용과 편익이 혼재한다”며 “우리가 주목할 것은 먼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사례에서 감독당국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절차적 공정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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