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 사장이 SK브로드밴드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는 등 자칫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면서 시너지를 얼마만큼이나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지원하다 허리 휠라
7일 SK브로드밴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영업활동으로 거둔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지불했다.
|
|
|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582억 원을 올렸다. 반면 금융권에 지불한 이자비용은 539억 원에 이른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1% 감소해 영업이익과 이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 수치가 2013년 1.35에서 지난해 1.08까지 줄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영업활동으로 번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는 2012년 발행한 공모사채 가운데 올해 3500억 원이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발행한 기업어음(CP) 710억 원도 올해 안에 결제해야 한다.
기업어음(CP)은 기업이 단기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인데 대부분 만기가 1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SK브로드밴드가 올해 최소 421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자칫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편입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자금지원으로 나가는 돈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라 무선사업으로 신규가입자를 대거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익증가에 대한 반등 여건이 없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시너지는 정말 얻을 수 있을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사업 시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동통신과 IPTV 혹은 초고속인터넷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마케팅에 대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
|
|
▲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 |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시장 결합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사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결합상품 판매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지난달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조사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가 조만간 결합상품 판매에 대한 시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강력한 규제안이 나올 경우 두 회사가 기대하는 시너지도 상당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사업 시너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갈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결합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게 되면 이 사업으로 큰 재미를 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좀 더 구체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인수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업 노하우가 있다”며 “사업의 특성상 두 회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 보다 모자회사 관계를 형성하는 게 사업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