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연이어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채권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박 회장이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호아시나아그룹 재건을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채권단과 충돌하고 있다.
|
|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3일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박세창 대표이사는 3일 천하로 끝났다.
박세창 부사장은 지난 1일 공동 대표이사직에 올랐지만 채권단 반대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일 박세창 부사장의 대표이사 임명에 절차상 하자가 있으니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금호타이어에 전달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대표이사를 선임하려면 산업은행 등 9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의 사전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박삼구 회장이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사전동의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선 아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채권단은 나중에 설득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절차상의 실수가 아니라 박 회장이 채권단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박 회장이 채권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강경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박세창 부사장이 결국 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금호타이어 지분은 우리은행 14.1%, 산업은행 13.5% 등 채권단이 42.1%를 보유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이에 앞서 금호고속 인수주체로 금호산업을 동원한 데 대해서도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쳤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에 금호산업을 동원하는 데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금호산업이 아직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데 대주주인 채권단과 상의도 하지 않고 금호고속의 인수주체로 금호산업을 넣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말 금호산업 매각원칙을 최종 확정하면서 박삼구 회장이 잠재 인수후보의 입찰 참가를 방해할 경우 박 회장이 가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채권단과 사이가 예전같지 않은 데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된다.
박 회장이 지나치게 인수가격을 낮추려 하면서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려는 채권단과 이해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박 회장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자 여론을 의식한 채권단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런 여론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박삼구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공정성 문제와 특혜시비 가능성을 고려해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