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 차이 때문에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장관은 1월 말까지 2020년부터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확정하기 위해 합의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사무총국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정부안에 반대의견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노동계는 고용부가 진행하는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부는 15일 제2차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토론자가 참여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은 “고용부가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동자와 사용자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요식행위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들 요청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18일 열렸지만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등 세 분야 위원들이 대립하다 아무런 논의도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을 시장현실에 맞게 인상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동자와 사용자, 공익위원으로 이뤄진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으로 7일 고용부 초안을 내놨다.
그러나 고용부 초안을 향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태도,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자율합의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도 추가해 최저임금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놓고 부족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 규모, 지역, 연령 등을 기준으로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부 최저임금 개편 초안을 본 뒤 앞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자유한국당도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을 당론으로 정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 대화’에서 “최저임금을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성 회장에게 “최저임금 차등화는 지역과 업종을 분류하는 문제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이 든다”며 “과거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했던 경험을 보면 외국인이 사업장을 이탈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고용부는 24일 노동자와 사용자단체,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대국민 토론회 일정을 잡았지만 이번 토론회에 노동계가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결정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부가 주도해 별도로 최저임금 결졍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 점도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과장은 “1월에 초안으로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2월 초 수정된 정부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입법이 4~5월로 지연돼도 국회에서 최종 고시 시점을 8월5일에서 11월5일로 늦춰주는 방식으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8월5일까지 고시돼야 2020년부터 새로운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일정에 맞추려면 2월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7월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이 확정돼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