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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9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랜드하얏트호텔 웨스트타워 개관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뉴시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한진그룹 안에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지휘해왔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 개관식 테이프커팅 행사에서 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맨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과거 그랜드하얏트인천은 인천공항에 인접한 최적의 위치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호텔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전 부사장은 재벌3세 여성 경영인이자 호텔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비교대상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 회황 사건으로 한진그룹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이 주춤하게 됐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호텔은 제주칼호텔, 서귀포칼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LA 윌셰어 그랜드호텔 등 6곳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이와 별도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호텔사업이 있다.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경복궁 옆 부지에 건립을 추진했던 7성급 호텔사업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3만7천㎡의 부지에 7성급 특급호텔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부지 옆에 학교가 3개나 있어 각종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와 여당의 규제철폐와 경제 활성화 정책에 탄력을 받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조 전 부사장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새누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져 이 호텔 건립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학교옆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법안은 학교 옆에 유해시설이 없는 경우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18대 국회 때부터 표류해 19대 국회까지 넘어온 상태다.
그러자 찬반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들도 유해시설이 없는 경우 학교주변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1967년 제정된 학교보건법은 관광호텔을 유흥주점이나 담배자판기와 같은 불륜·탈선 부류로 간주하고 있다”며 “관광산업의 핵심 인프라 시설인 호텔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해 규제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게 나온다.
경실련 등 10개 시민단체들은 '송현동호텔건립반대모임'을 구성해 법안처리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학교인근 호텔건립은 학습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마저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헌신짝 버리는 것”이라며 “외국 관광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의 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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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관광진흥법 개정토론회에서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학교 근처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는데 굳이 법까지 개정하겠다는 것은 대한항공을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지 미지수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사건 여파로 대한항공 이미지가 어느 때보다 실추된 상황이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처리된다 해도 송현동 호텔건립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광진흥법과 관계없이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변에 학교시설이 없더라도 역사적 문화유적인 경복궁 바로 옆에 호텔을 짓는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조 회장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은 아직 목표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진그룹은 전년보다 부채비율을 28.4% 낮췄음에도 여전히 423.9%로 높다. 현대그룹과 한국지엠에 이어 민간기업집단 가운데 3번째로 부채비율이 높다.
이에 부채감축을 위해 자산매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900억 원이나 들여 산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이 이처럼 난항을 겪고 있고 과연 호텔을 지을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자구계획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