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9-01-20 16: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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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수주 회복을 향해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력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이 선종은 수주 전망이 좋아 보인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들어와 20일까지 벌써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6척이나 계약했다. 수주액으로 따지면 5억5천만 달러에 이른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지니고 있어 경쟁력을 자신하는 분야인데 이름값을 한 셈이다.
올해 계약한 6척 가운데 2척은 오만 국영해운회사인 OSC로부터 수주했다. OSC가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발주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옵션분 1척도 계약에 포함돼 향후 추가로 배를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옵션계약이 확정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인 80억 달러를 10% 가까이 채우게 된다.
나머지 4척은 발주처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장금상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장금상선과 관계가 냉담한 것으로 여겨졌다. 분할 지불을 두고 분쟁이 일면서 2015년 계약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4척 가운데 2척의 인도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조선해운매체 트레이드윈즈는 “대우조선해양과 장금상선은 이 문제로 런던 법원에서 중재를 진행 중이었으나 최근 화해하고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금상선은 척당 9125만 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과거 훨씬 작고 스크러버도 장착하지 않은 배에 9600만 달러를 지불했던 점을 감안하면 훨씬 싸게 거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배 1척당 9125만 달러라면 영국 분석기관 클락슨이 제시하는 평균가격 9250만 달러보다도 낮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런 가격 하락이 나쁜 신호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배를 건조할 때 쓰이는 철강 가격이 9.1%가량 떨어진 만큼 이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시장에서 신규 수주가격은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건조 중인 배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물동량 확대, 유조선 해체량 증가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요가 늘면서 납기가 짧은 건조 중의 선박 가격이 비싸진 것"이라며 "반대로 신규 수주가격이 내린 점은 선사들의 발주 움직임을 더욱 활발하게 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이 원유 수출량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의 증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원유 생산량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45년 만에 세계 최대로 올라섰다.
중국 역시 지난해 9월 무역분쟁이 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최근 미국산 원유 수입을 재개했다. 현재 미국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3대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동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원유 수송량은 줄어들고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양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미국-아시아의 운항거리가 중동-미국 운항거리보다 긴 만큼 원유 톤마일(화물의 수송거리)도 확대되는 셈이다. 수송거리가 길어지면 한 번에 물량을 많이 실어야 이득인 만큼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도 커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고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주력 선종 비중이 늘어날수록 건조마진의 극대화도 노릴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수주잔고의 75% 이상을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LNG운반선이 채우고 있는데 같은 선종을 반복해서 만들면 경험이 쌓이면서 설계오류, 시행착오 등을 줄여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건조 원가에서 설계비용은 대부분 초기 호선들을 만들 때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야말 1차프로젝트를 위해 짓고 있는 쇄빙 LNG운반선을 봐도 건조 호선이 늘어날 수록 작업기간이 줄어드는 등 건조원가가 내려가고 있다. 올해 역시 한꺼번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6척을 수주한 만큼 반복건조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연이어 따내는 등 올해 수주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2018년부터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들에 모두 동일한 설계와 사양을 적용해 반복건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