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자적 인공지능(AI) 생태계 키우기 경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를 완전 개방형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반면 LG전자는 외부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 기능과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LG 씽큐'를 인공지능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왼쪽),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
1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G 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모든 IT(정보기술)기기에 인공지능 탑재해 연계하는 ‘기기 연결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전략은 다소 달라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시장의 주도권이 플랫폼 기업에게 있을 것이라고 보고 빅스비를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인공지능 기기를 선보인 하드웨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다양한 가전제품을 한데 묶는 '스마트 생태계'을 선보였다.
LG전자와 중국기업들이 구글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스마트홈체계를 구축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음성인식’이나 ‘자연어 처리’ 등 사용자의 요구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스마트기기 관리자인 셈인데 다른 인공지능 콘텐츠와 연동하더라도 기기 통제권은 플랫폼 기업이 보유하게 된다.
가령 이용자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통해 아마존 알렉사에 음성으로 지시를 내리더라도 관련 데이터는 모두 빅스비 플랫폼에 남게 된다. 인공지능 관련 빅데이터가 모두 빅스비에 쌓이게 되는 셈이다.
최근까지 빅스비는 구글과 아마존 등 다른 IT기업의 인공지능 플랫폼과 비교해 지원하는 기능이 적고 음성인식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도 빅스비 플랫폼을 활용한 기기를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완전 개방하는 쪽으로 차별화 전략을 펴기로 했다.
다만 이미 구글과 아마존이 80%가량을 선점하고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자체 플랫폼 전략을 쓰고 있어 경쟁회사들과 비교해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했고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빅스비’로 플랫폼 경쟁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LG 씽큐'를 인공지능 분야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외부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모든 과정에서 인공지능 브랜드인 LG 씽큐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가 탑재됐든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든 인공지능 기능이 구현됐다면 ‘씽큐’라는 브랜드가 붙는다”며 “LG전자의 오픈 플랫폼, 오픈 파트너십, 오픈 커넥티비티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여러 플랫폼과 통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경험하는 동시에 ‘LG전자 인공지능’ 이미지를 일관되고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을 플랫폼 구축에 두지 않고 기술 강화를 통한 ‘생태계 확장’으로 잡았다.
소비자들은 집안에서 구글홈을 사용하든 아마존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LG전자 제품을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다. 기술력도 음성 인식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상황을 학습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인공지능은 고객의 명령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의도와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며 “단순히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하드웨어 기업과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와 중국기업들은 동일하게 구글과 아마존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며 “차별화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전시장에서 지배력을 다진 만큼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