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KB국민은행 노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노사 모두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한 쪽이 한 수 접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14일 오후 3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접수했다.
지난 주말 집중교섭을 벌인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1차 파업 이후 KB국민은행을 향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노사 모두 합의할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주말 집중교섭에서도 여전히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노사 모두 절대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회사는 노조가 요구한 대로 성과급 300%를 수용한 만큼 다른 사안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에게 끌려다니면서 주도권을 노조에 넘겨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에 임원 54명 전원이 허인 KB국민은행장에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그럼에도 파업을 막지 못하면서 고위 경영진 모두 리더십에 상처만 입었다.
회사로선 현재 노조가 다시 파업을 벌이기 어려울 것이란 정황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놓고 국민적 여론이 유례없이 싸늘한 만큼 2차 파업을 벌이기 쉽지 않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물러설 수 없기는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는 파업의 명분으로 차별적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실제 노조는 협상 막바지에 회사가 3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신입행원에게만 적용되는 페이밴드를 폐지하고 비정규직이었던 여성행원들의 과거 경력 인정과 관련해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파업에 L0 직원과 신입행원들의 참가율이 높았다는 점도 노조의 이런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이러한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서면 명분부터 흔들릴 수 있다. 노조는 이미 평균연봉 9100만 원을 받는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 300%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를 양보하면 결국 이런 비판이 옳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조가 2차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차 파업에서 보수적 추산(회사 추산)으로도 5500여 명(노조 추산 9천여 명)이나 참가했지만 전국 지점에서 별다른 지장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노조가 오히려 인력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루짜리 파업인 데다 KB국민은행 노사 모두 파업에 대비해 주요 고객에게 미리 안내를 하고 본점 직원을 지점에 투입했던 만큼 하루 파업을 놓고 인력 구조조정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노사 모두 2차 파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노사 모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