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간판스타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체육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9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체육계의 성폭력방지에 관한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며 “가해자의 처벌 규정을 강화해 가해자가 체육관련 단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체육관련 비위 근절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특별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8일 체육계의 폭력사건이 줄었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한 대한체육회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010년과 비교해 2018년에 체육계의 폭력, 성폭력 등이 줄었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하며 스포츠 인권교육이 폭력행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유명 스타인 심 선수까지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대한체육회의 조사결과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드러나지 않은 폭력·성폭력 사례는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체육계의 폭력은 오래 전부터 불거졌던 문제인 만큼 체육계가 대처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는 2009년 폭력사건은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세우고 폭력사건에 연루된 선수나 지도자를 영구제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도 폭력 스포츠 지도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4년에는 승부조작,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등 4대악 근절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런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육계의 폭력 문제는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계의 땜질식 처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10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 동안 체육계 관계단체와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를 받은 860건 가운데 징계기간에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징계 뒤 복직하거나 재취업한 사례는 299건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의 대처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체육 관련 전문가들은 감독 등 소수의 지도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체육계 내부의 폐쇄적 구조를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선수들로서는 경기 출전 등의 결정권을 지닌 지도자의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법원도 조 전 코치의 폭력행위에 관한 판결에서 체육계의 성과 위주 관행을 일정 부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2018년 9월 폭력행위를 한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보다 낮은 형량이다.
법원은 양형 이유로 선수 폭행 관습이 있었다는 점과 조 전 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성과를 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2018년 5월29일 칼럼에서 “각종 제도적 개혁의 시대적 요구를 향해 시늉만 했던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가 스스로 자정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승리지상주의는 과열경쟁을 낳고 인권이 유린돼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용서된다”고 바라봤다. 문 이사장은 “정부에서 체육계 적폐청산이라는 과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BS는 8일 심 선수가 2018년 12월17일 조 전 코치의 폭력 혐의를 두고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했을 당시 성폭행과 관련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심 선수 측은 고등학생(당시 17세)이었던 2014년부터 조 전 코치로부터 강제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코치의 성폭력은 2018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