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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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경영체제를 정비해 2019년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박 회장은 창업할 때부터 함께 했던 부회장들에게 더욱 힘을 실으며 글로벌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김 부회장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전문경영진과 결별하며 새 경영체제를 꾸렸다.
◆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멤버들과 함께 글로벌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국내에 머무는 시간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1년 동안 아직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굵직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확장의 초석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 코트야드메리어트호텔, 하와이 포시즌스 등 미국 대체투자자산, 영국 캐논브릿지 하우스 빌딩, 홍콩 더 센터빌딩 등 미래에셋대우의 커진 덩치를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자기자본 투자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국에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등 해외에서 입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국내 사업은 부회장 5인 체제를 꾸리며 국내 경영을 모두 맡겼다. 박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과 동시에 각 계열사의 덩치가 커진 만큼 책임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정상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 박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5명이 그룹 부회장으로 일한다.
해외 종합금융투자회사들과 글로벌에서 경쟁하기 위해 해외사업의 의사결정체제를 정비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데 이어 국내사업도 정비를 마친 셈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자산 운용과 부동산 투자로 성장해온 그룹 체질을 보험과 펀드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전열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부동산 호황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부동산에 묶인 자금은 이제 보험이나 펀드로 옮겨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미래에셋의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주식보다는 미국 등 해외 주식과 전기차, 핀테크, 헬스케어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꿀 때로 보고 있다.
인재 영입에도 힘쓰며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월1일부터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N) 등 파생결합상품 개발과 투자를 주도해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 인물들로 꼽히는 김성락 전 한국투자증권 본부장과 김연추 전 차장도 영입했다.
이들은 2018년에 30억 원대 연봉을 받으면서 웬만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보다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들은 퇴사로 성과급을 포기하면서도 회사를 옮긴 만큼 미래에셋대우가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미래에셋대우는 1등 증권사의 위상에 걸맞게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남구, 전문경영인 교체로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본격화
김 부회장은 박 회장과 함께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이 박 회장의 고려대 경영학과 5년 후배로 두 사람은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옛 동원증권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김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오너로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적합하게 추진할 인사를 자회사 대표로 영입해 전문성도 확보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방향성이 아닌 사안의 경우 철저하게 자회사 대표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스타일이 ‘그림자 경영’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 김 부회장도 최근 증시 악화와 종합투자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대표이사에서 손을 떼면서 사실상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3분기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2.7%로 자기자본 규모가 4조 원을 넘는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기자본 4조 원을 웃도는 대형 증권사 5곳 가운데 가장 먼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 수익원 확보에도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부회장은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선택하며 투자금융을 중심으로 한 그룹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건 셈이다.
기존에 전문경영인을 믿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차근차근 확장하던 김 부회장이 적극적 경영전략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963년 생으로 젊은 피로 꼽힌다. 정 사장은 28년 동안 투자금융(IB)부문에서 일한 전문가로 특히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해 기업공개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동원증권 시절부터 김 부회장과 동고동락한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부회장이 기존에 김 부회장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
이성원 한국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과 오태균 한국금융지주 경영관리실장을 각각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최근 자본시장의 굵직한 거래들이 금융회사 한 곳의 역량만이 아니라 여러 금융회사의 컨소시엄 형태나 그룹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주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의 역량을 고루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8년 말에 계열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 유상증자와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인 이큐파트너스 유상증자에 각각 500억 원, 300억 원을 출자하며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비증권 계열사들이 사업을 확장할 여력도 확보해뒀다.
힌국투자파트너스와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은 한국투자증권의 자산관리(WM)부문과 연계해 투자상품 공급 등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국투자캐피탈도 울산역 KTX 복합환승센터의 개발비 조달에 함께 참여하는 등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은행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는 아직 흑자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올해 상반기에 흑자를 거둔 뒤에 본격적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