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중공업지주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설립되는 경영자문 자회사 현대미래파트너스는 향후 그룹에서 미래사업을 찾고 인수합병 등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50억 원을 출자해 사업·기업경영 자문업체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세우고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2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김성준 현대중공업 기획실 기획팀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기로 했다"며 "신수종사업을 탐색하고 경영 컨설팅을 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장기적 매출 도약을 위한 초석쌓기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지주가 공식 출범하고 초대 대표에 오른 이후 그룹의 연구개발(R&D)과 신사업 투자 등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취임하면서 2022년까지 그룹 매출 7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목표 37조 원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당시 권 부회장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신사업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런 일도 하느냐'고 할 만한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들어 신사업 발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자본잉여금 2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하면서 이 가운데 2900억 원은 주주배당에 쓰고 나머지는 신사업 발굴과 주가 안정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2022년 입주를 목표로 경기도 판교에 연구개발(R&D)센터도 신축하고 있다. 16만5289㎡ 구모로 지어지며 5천여 명의 기술인력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신사업 연구개발을 위한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권 부회장이 단순 제조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술 중심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12월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장단 워크솝에서 "금리 인상과 환율 및 유가의 변동성 확대,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이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는 것은 지주사 자체사업의 다각화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사지만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 기대고 있다. 이익 역시 대부분을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수익에 의존한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의 연결 자회사는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다. 이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3분기 현대중공업지주 매출의 79.6%를 벌어들였다. 매출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자체 로봇사업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중공업지주는 자회사 실적과 재무구조 등에 따라 주가와 신용도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폭락으로 불리한 시장 환경에 직면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주가는 최근 보름 동안 14%가량 떨어졌다.
게다가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현대중공업지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쥐고 있으며 상장하면 구주매출을 통해 1조 원 안팎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8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및 서울아산병원과 손잡고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산업용 로봇시장 공략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사업 전략을 두고 "그룹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 확보보다는 인접 사업영역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으려고 한다"며 "기존 사업에서 4차산업과 연계 가능한 사업을 발굴해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