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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팜한농의 자회사 동부팜청과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김 회장은 동부팜청과 매각대금 540억 원을 동부팜한농의 회사채 상환에 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에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장녀 김주원씨가 보유한 지분도 포함됐다. 일각에서 김 회장이 동부팜한농의 경영권 상실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동부팜청과 지분 100%를 사모펀드운용회사 칸서스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25일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540억 원으로 알려졌다.
동부팜청과는 동부팜한농의 계열사로 농산물 도매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연평균 매출이 300억 원 수준으로 2013년 영업이익 45억 원을 내는 등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동부그룹은 칸서스프라이빗에쿼티에 동부팜한농이 보유한 동부팜청과 지분 64.86%,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김주원씨가 각각 소유한 지분 25%와 10%를 모두 넘기기로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동부팜청과 매각대금으로 동부팜한농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동부팜한농 매각은 별다르게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재무적투자자들이 제안한 계열분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은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다음달 갚아야 하는데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부팜청과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팜한농은 현재 신용등급이 하락해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종자와 작물보호제부문 시장점유율 1위인 제조업계열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기준으로 매출 6214억 원에 영업이익 335억 원을 냈다. 그러나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나빠져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졌다.
김 회장은 현재 동부팜한농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최근 동부그룹에 동부팜한농의 계열분리를 요청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하나대투증권, 스틱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다. 이들은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동부그룹에 경영권을 위임하고 있었다. 이 경영권을 돌려받아 직접 기업을 맡겠다는 것이다.
동부팜한농은 재무적투자자들에게 2016년 9월 35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갚아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특정기간 동안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서 되사거나 보통주로 바꿔줘야 한다.
동부팜한농은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 보통주로 주식이 전환될 경우 경영권이 확실하게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