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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저비용항공사인 ‘서울에어’ 항공기를 띄우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기반의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에어부산 주주들의 반발과 정부의 반대,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등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서울에어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서면서 한동안 잠복됐던 반발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 국토부, 어떤 결정 내릴까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3곳이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지난 19일 정부에 제출했다.
저비용항공사 3곳의 대표들은 건의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새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하면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커지는 것보다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를 출범시키면 경쟁이 더욱 심화해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금도 저비용항공사가 많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든든한 모기업을 둔 서울에어가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되지 않지만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합할 경우 점유율이 70%까지 높아진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이제 갓 수익을 내기 시작한 상황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5곳이 모두 흑자를 내기 시작한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2011년에 흑자로 전환했고, 이스타항공은 2013년 영업이익 23억 원을 내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도 2013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저비용항공사가 늘면 항공기 조종사 등 관련 인력도 부족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사들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우려를 반박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가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전체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싱가포르나 일본 등의 대형 항공사들도 저비용항공사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외 저비용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 회사들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어아시아 등 자금력을 갖춘 거대 해외 저비용항공사들은 최근 유류할증료를 전면폐지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만큼 면허를 획득할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의 반발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에어부산 주주 반발 어떻게 잠재우나
에어부산 주주들과 지역사회의 여론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최근 서울에어 설립이 에어부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다른 주주들 역시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100% 자회사인 서울에어에 투자가 집중될 경우 에어부산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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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광희 서울에어 신임 대표이사 |
에어부산 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46%를 보유하고 있고 세운철강과 동일홀딩스, 비스코, 부산롯데호텔, 메리츠화재, 부산은행 등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14개 지역업체가 나머지 54%를 나눠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저비용항공사 반대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거점도시가 다르더라도 에어부산의 수요를 가져갈 수밖에 없고 아시아나항공의 지원도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현재 국내선에서 김포~제주, 김포~부산, 제주~부산 노선을 운행하며 국제선에서 일본과 중국, 대만, 필리핀, 캄보디아에 취항하고 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서울에어가 설립되면 에어부산의 국제선 노선 확충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사회에서 서울에어가 설립되면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항공수요가 늘어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치열한 입지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어부산이 위축될 경우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의 거점공항으로 사용될 동남권 신공항사업도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