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지배력을 더욱 단단하게 갖췄다.
기존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대거 그룹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2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구도를 갖추게 됐다.
◆ 조용병 ‘친정체제’ 강화, 연임 과정에 강력한 경쟁자들 그룹에서 떠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모두 떠나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위 행장은 그룹의 2인자로 꼽히던 인물로 2017년 초에 조 회장과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끝까지 경쟁하기도 했다.
그 뒤에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장을 맡아 좋은 성과를 거두며 차기 회장 후보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김 사장도 위 행장,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과 함께 ‘신한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세대 리더’로 꼽히던 인물이다.
그동안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2017년 3월부터 신한금융투자 사장을 맡으며 ‘대권’을 노릴 경력을 쌓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 인사에서 모두 그룹을 떠나게 되면서 조 회장의 친정체제가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검찰이 신한금융그룹이 연루된 ‘신한사태’와 ‘남산 3억 원 사건’ 등을 재수사하면서 그룹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만큼 이와 선을 긋는 것과 동시에 조 회장이 연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던 인사들을 그룹에서 내보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조 회장이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이번에 퇴임하는 임원들은 나하고 연배가 비슷하기에 선량한 경쟁자로 회장 후보군에 넣어야한다”며 여지를 남겨둔 만큼 이들의 거취는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새로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조 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평가되는 점도 조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룹 1, 2위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최고경영자가 모두 조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진 셈이다.
◆ 그룹 2인자 자리 놓고 진옥동 임영진 ‘2파전’
앞으로 신한금융그룹 2인자 자리를 놓고 진옥동 내정자와
임영진 사장이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왼쪽)와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
두 사람은 모두 일본 재일교포들과 친분이 두터운 신한금융그룹의 대표적 ‘일본 전문가’로 꼽힌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임 사장은 이번 그룹 인사태풍 속에서 살아남으면서 입지를 더욱 다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임 사장은 1960년 생으로 지난해 3월 김형진 사장과 경쟁해 그룹의 최대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 사장을 맡으며 신한금융 세대교체의 대표적 주자로 떠올랐다.
김형진 사장과 마찬가지로 지주와 은행에서만 일하면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신한카드를 맡아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업계 전반의 어려움으로 신한카드 순이익이 올해 반토막 나면서 숫자로 나타난 성과는 부진하지만 그룹 계열사에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노하우를 전파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내정자는 1961년 생으로 이번에 그룹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 수장을 맡으면서 그룹 권력구도에서 급부상했다.
진 내정자는 지난해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일하며 조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의 연결다리 역할을 맡아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진 내정자가 같은 해 6월 신한은행의 일본 자회사인 SBJ은행 법인장을 맡으면서 1년 반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진 내정자는 ‘신한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최근 사건사고들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잡고 계열사 협업 강화 및 외부인사 영입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중심을 잡아줄 인물로 꼽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내정자와 임 사장이 친분이 두텁기도 한 만큼 주력 계열사 사장을 맡아 갈등이나 견제 구도가 아닌 화합과 협력을 통해
조용병 회장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