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에 주휴수당을 넣되 노사 합의로 결정하는 약정휴일수당은 빼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국무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시행령안을 국무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약정휴일수당과 관련해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날 입법예고를 다시 해서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시행령안의 수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장관은 “최저임금법 개정 시행령안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래 산업현장에서 30년 동안 계속 적용된 월급제 노동자의 시급 전환 산정방식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부 오해처럼 주휴수당이나 약정휴일수당의 지급 의무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노동업무는 월급제로 진행되지만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되는 만큼 월급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지 판단하려면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월급을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한다. 고용부는 월급을 ‘소정근로시간 수’ 더하기 ‘주휴시간이 포함된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해 왔다.
고용부의 기존 방안대로 가면 일주일 동안 모두 일하면 하루 8시간의 휴무시간을 일한 시간으로 치는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준수 기준을 산정하는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재계는 주휴시간이 최저임금의 시급 산정방식에 모두 포함되면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고 반발해 왔다. 대법원이 10월에 약정휴일수당과 시간을 소정근로의 대가와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판례 등을 반영해 정부는 약정휴일수당과 시간을 최저임금의 시급 산정방식에서 빼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의 시급 산정방식에 포함하는 방안을 지켰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노동 기준 시간은 월 209시간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을 함께 내놓았던 점 등을 생각해 현재의 기준을 결정했다.
이 장관은 “약정휴일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약정휴일수당을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에 넣는 방안을 놓고 노사 의견을 앞으로 받아들여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교적 높은 금액의 연봉을 주지만 기본급은 낮은 임금체계 때문에 최저임금법을 어길 가능성이 있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바꾸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해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하는 기업에는 최장 3개월, 단체협약을 바꿔야 하는 기업에는 최장 6개월(3개월을 준 뒤 필요하면 3개월 추가)까지 별도의 노동감독 지침에 따라 자율적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기업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바꿀 수 있다면 노조의 동의 등을 받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한 점을 생각해 한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액 수준만 받고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법을 어긴 행위는 원래대로 별도의 시정기한을 부여하지 않겠다”며 “법을 고의로 어긴 행위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