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핵심 제조업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의 경영권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의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이 동부그룹에서 회사를 계열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해 검토중이라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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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날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이 동부그룹에 위임했던 경영권을 돌려받는 방안을 제의했다”며 “현재 계열분리를 검토중이나 정해진 것은 없으며 동부그룹이 보유한 동부팜한농 지분 49.9% 매각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CNI는 이날 동부팜한농 보유지분 매각과 관련해 “동부팜한농을 포함한 보유지분 매각방안을 다양하게 검토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동부CNI는 동부팜한농 지분 15.40%를 보유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지분 50.1%를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하나대투증권, 스틱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동부팜한농은 국내에서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농업부문 계열사다.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장이 이 회사에 근무한다. 김남호 부장은 동부팜한농 지분 29.1%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팜한농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해 경영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부팜한농은 최근 장기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IPO)가 힘들어졌다.
동부팜한농은 오는 4월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동부팜한농은 올브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에 화공사업부를 매각해 회사채를 갚으려 하나 희망 가격이 달라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35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2016년 9월까지 갚거나 다시 사들여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특정기간 동안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서 되사거나 보통주로 바꿔줘야 하는 주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은 현재 상태로 동부팜한농에 빌려줬던 자금을 돌려받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해 계열분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을 회수한 뒤 동부팜한농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이 계열분리되면 제조업계열사로 동부CNI와 동부대우전자만 남게 된다. 동부그룹은 이 경우 동부화재를 주축으로 한 금융종합회사로 사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한농 계열분리는 검토방안 중 하나일 뿐이고 자금을 마련할 시간도 상당히 남아 있다”며 “동부팜한농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