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부가 민간의 투자를 지원하고 규제도 완화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 방향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는 이날 확정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기업과 공공부문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전체 투자 활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첫 번째 목표로 내놓았다.
창업과 성장 보조, 적극적 거시정책, 핵심 규제의 개편, 주력 산업의 육성정책 등 기업을 지원하는 혁신성장정책을 주요 과제로 연이어 제시했다.
‘경제와 사회의 포용성 강화’라는 소득주도성장 관련 목표는 세 번째 순서로 뒀다. 바로 최저임금의 결정 구조를 바꾸고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는 내용을 주요 과제에 넣었다.
문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보완조치도 함께 취해야 한다”고 직접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말에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자리와 가계소득 확충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앞세웠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중순부터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경제정책 기조의 무게를 차츰 옮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경제투어’를 실시하는 등 경제 분야의 활동을 늘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경제정책팀의 ‘원 톱’으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얼마 전 경제부처 중심으로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청와대 참모 출신을 전진배치한 점도 경제 분야의 국정 장악력을 높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으로 정책의 중심을 점차 옮겨왔던 모습이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의 변화를 통해 더욱 가시화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투자지표가 계속 부진한 데다 2019년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 혁신성장에 힘을 더욱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실업률은 3.2%로 금융위기 이후 역대 11월 가운데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이 2개월 연속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도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다. 최근 6년 동안 정부에서 내놓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지표 악화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생각하면 정부가 혁신성장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점도 생각해 혁신성장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지를 더욱 얻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설문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대 중후반까지 떨어지면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정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등 외교관계의 개선과 중재에 집중해 왔지만 이 분야도 최근 정체 상태에 놓이면서 지지율 반전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원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국정 운영동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제부문의 성과 내기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