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가 제주특별자치법에 의거해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최종적으로 허가하면서 의료 영리화 논란이 커지자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국내 일반 병원은 현재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교법인 의료법인 등이 운영하는 비영리병원만 허용된다. 병원 수익도 모두 병원의 연구비와 인건비 등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반면 영리병원은 일반 병원과 달리 외부 투자를 받은 뒤 진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의료기관이다. 그만큼 의료 영리화 논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전용 병원인 만큼 의료 영리화와 연관성이 적다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국인 전용 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원 지사의 영리병원 허용 이후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 지사가 영리병원을 허가한 일 자체가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의 국내 의료시장 진출에 징검다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6일 원 지사를 만나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최 회장은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정당한 사유가 명문화되지 않은 만큼 내국인의 진료 거부가 위법으로 판단되면 영리병원의 진료 대상도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에 따라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내국인은 영리병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진료 자체는 가능한 셈이다.
최 회장은 녹지국제병원이 진료 업종을 현재 허용된 성형외과 등 4종에서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주도자치특별법에 영리병원의 업종 확대를 막을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녹지국제병원이 시장에 안착하면 경제자유구역 8곳에서 영리병원 설립을 잇달아 추진할 수도 있다.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는 영리법원을 세울 수 있다고 규정됐고 내국인 진료도 금지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명지국제신도시에 의료기관부지를 지정한 뒤 2014년부터 외국계 영리병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수성의료지구) 등에서도 외국계 영리병원의 유치를 적극 추진한 전례가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복지부의 승인절차가 까다롭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세울 생각이 있으면 사업계획을 신청하기 마련”이라며 “제주도의 선례가 생긴 만큼 복지부가 다른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유치를 승인하지 않으면 차별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리병원이 허가된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 의료시장의 지배적 관점(패러다임)이 공공성에서 영리성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 외국계 영리병원이 생기면 국내 병원들이 앞으로 영리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의료인력이 영리병원으로 쏠리면서 의료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 등도 잠재적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