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 11개월째를 맞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개 숙인 채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비록 구치소에서 또다시 겨울을 맞고,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등의 처지는 비참하지만 최 회장에게는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기 때문이다. SK그룹내 영업이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올해 역대 최고치의 영업실적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SK하이닉스' 이야기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수전부터 직접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하이닉스 살리기에 나섰던 최 회장이기에 SK하이닉스의 성적표가 더욱 반갑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최 회장이 웃을 날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1998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SK그룹의 체질을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으로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씩 수출 비중을 늘려가긴 했지만 통신과 석유를 주축으로 한 SK 기업구조로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반도체 분야는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1년 7월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 반응은 냉랭했다. 반도체 시황이 불투명한데다 하이닉스 주가 변동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이미 최 회장은 2010년 8월 하이닉스의 매각 주관사에서 SK그룹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을 때 거절한 전력이 있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SK의 하이닉스 인수가 정부의 환심을 사고 검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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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말이었다. 김 전 고문은 하이닉스에 대해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2~3년 안에 최소 2조원 이상의 이익이 나오고 최고 4조5천억원까지 이익이 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전 고문의 투자 능력과 식견에 최 회장이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최회장이 인수 결정을 내리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CEO 14년차의 '촉'이 번뜩인 것일까. 결국 최태원 회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2011년 11월 11일, SK텔레콤이 3조4267억원에 단독 입찰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이전까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사람들이 보인 부정적 반응을 불식시키려는 듯 인수 이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그는 2012년 2월 14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며 “책임지고 하이닉스를 성공시키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최 회장은 2012년 3월에는 이천 공장, 6월에는 청주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등 사기진작에 나섰다. 상무보 이상 임원들과는 1:1 면담을 하며 소통 경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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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6월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어울리고 있는 최태원 회장 |
최 회장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결국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그리고 D램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업계 2위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10년간 이어진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지 1년반만에 이룬 쾌거다.
지금까지는 하이닉스를 선택한 최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이 자신이 책임지고 성공시키겠다고 한 하이닉스를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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