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단순 간편결제회사에서 모바일 금융회사로 약진하면서 새로 내놓은 투자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선보인 투자상품들은 위험성이 비교적 높은 P2P금융(개인 사이 금융)상품으로 구성됐음에도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카카오페이 투자'를 소개하고 있다. |
카카오페이가 투자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투자’를 통해 내놓은 상품들은 28일 오후 4시 기준으로 22개 가운데 21개의 판매가 마감됐다.
남은 1개의 상품도 출시 5시간 만에 투자 모집금액의 60%가 넘는 투자금이 모였다.
카카오페이가 20일부터 내놓고 있는 투자상품들은 하루를 채 넘기지 않고 판매가 끝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투자상품은 크게 3가지로 부동산 담보, 온라인몰 선정산, 트렌치 상품 등이다.
'온라인몰 선정산'은 온라인몰 카드결제 정산 전에 대금을 지불하고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트랜치 상품'은 다수의 개인 채권을 하나의 자산으로 묶은 뒤 이에 투자받는 방식으로 투자 위험 완화를 노린 금융 투자상품이다.
이 투자상품들은 모두 P2P회사인 피플펀드에서 만든 것으로 카카오페이는 이 상품들의 중개를 맡고 있다.
P2P 투자상품은 금융 투자상품 가운데서도 위험성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한국P2P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P2P 대출 연체율은 6.6%다. 피플펀드는 P2P업계에서 규모가 큰 회사 가운데 하나지만 같은 기간 연체율 9.36%를 나타냈다.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상반기 4.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페이가 다루는 투자 상품들의 위험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피플펀드는 금융감독원의 의뢰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피플펀드의 트랜치 상품이 하나의 채권에 여러 담보(질권)가 중복설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피플펀드는 중복담보 문제를 해결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문제는 카카오페이의 투자상품들이 P2P 투자상품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문제를 지적해 카카오페이는 최근 투자상품의 게시방식을 바꾸기는 했다.
투자상품 목록에 상품 운용회사 이름을 추가하고 원금 손실 위험성에 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적에 동의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취했다”며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높은 인지도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투자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피플펀드가 P2P금융회사라는 사실도 잘 알지 못할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이름만 믿고 큰 회사인 카카오가 책임지는 것으로 알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카카오페이는 투자상품들의 안전성에 자신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19일 투자상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상품들은 카카오페이만의 방식으로 이중, 삼중으로 안정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모든 상품들이 안전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