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 지분 9%를 확보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KCGI가 경영 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을 예상한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는 아니지만 확보 지분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 대결, 임원진 교체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고 파악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지분 9%를 장내매수를 통해 확보했다고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분 보유 목적과 관련해 “장래에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된 사항이 발생한다면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나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그레이스홀딩스는 공시를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4조 제1항에 명시된 행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 시행령에 명시된 행위는 임원 선임, 해임, 직무정지, 정관 변경 등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대표소송권, 이사의 위법행위 청구권, 주주 제안권,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등의 권리를 확보했다. 이 권리를 활용해 한진칼의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주주총회를 소집해 조양호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아직 승계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30%미만에 불과해 행동주의 투자전략에 따른 공격 가능성이 존재했던 기업”이라며 “한진칼은 그동안 진행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오너일가 이슈 등 여파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투자전략이란 지배구조가 좋지 않거나 경영상의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뒤 사업전략 변화,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유도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올리는 투자 행태를 뜻한다.
송 연구원은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이면서 시가총액이 1조4645억 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며 “보유지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 ‘사회적 지레(Social Lever)’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업 사례”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