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처음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직권남용 외에도 직무유기와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 30여 개에 이른다.
임 전 차장의 핵심혐의로는 일제시대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이 꼽힌다.
임 전 차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일본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받아 감수해줬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의 개입으로 대법원 판결은 5년가량 지연됐다. 그동안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10년이 지나 추가로 소송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구제를 막아 일본 기업들이 그만큼 배상금을 아끼게 됐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고 청와대와 노동부를 거쳐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가 접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임 전 차장과 공모관계에 있는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최고위직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범위가 워낙 폭넓고 임 전 차장이 구속 뒤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에 관한 진술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수사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