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이어 황준호 보베르아띠 대표의 ‘갑횡포’가 알려지면서 ‘갑횡포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처벌 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준호 보베르아띠 대표의 갑횡포 논란이 불거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JTBC가 11일 뉴스룸에서 황 대표가 직원들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며 갑횡포를 행사하는 음성을 공개한 뒤 황 대표를 향한 대중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보베르아띠는 서울시와 경기도에 매장이 있는 유기농 제과점인데 대표의 갑횡포 의혹으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위디스크 직원 폭행'이 드러난 지 얼마 안 돼 또 갑횡포 논란이 일면서 제도적 방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갑횡포 방지법’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 근로자 보호법'은 국회에 발의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갑횡포 방지법은 9월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두 달이 넘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는 법률안의 체계, 형식과 자구심사를 하는 곳으로 이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된다.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갑횡포 방지법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다”며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사업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갑횡포 방지법 76조의 2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지위 등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해석에 따라 너무 광범위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 형법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 명확해야 한다’는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갑횡포 방지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안심사 2소위원회로 넘겨져 다시 논의 절차를 밟고 있다. 법사위는 관례적으로 만장일치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때문에 명확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법률의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갑횡포 방지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갑횡포의 사회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관련 법 시행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명확성 문제는 시행령과 구체적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바라본다.
일반적으로 폭행은 형법 260조 폭행죄나 261조 특수폭행죄에 해당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갑횡포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괴롭힘은 형법이나 근로기준법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직원에게 활을 쏘아 생닭을 잡으라 하고 강요한 양진호 회장의 행위는 현재의 법률체제에서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는 셈이다.
조혜진 직장갑질119 자문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정해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지 그 개념은 내부적으로도 차후적으로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이 하루빨리 통과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