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놓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려면 노사가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연임이 결정된 뒤 다시 통합추진에 나서고 있는데 임 내정자의 이런 발언으로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커졌다.
◆ 임종룡 “조기통합하려면 노사합의 선행돼야”
임 내정자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답변서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은 노사 양측의 합의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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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
임 내정자는 “외환은행의 중장기적 발전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조기통합이 필요하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협의과정을 거쳐 합리적 추진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법원이 지난달 초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오는 6월까지 두 은행의 통합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임 내정자는 가처분신청 기간이 끝난 뒤에도 두 은행의 통합을 추진하려면 노사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임 내정자가 이런 답변을 내놓은 데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두 은행의 조기통합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가 야당의 호된 비판을 받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가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김정태 회장은 조기통합 추진에서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회의 기존 입장인 노사합의 전제로 돌아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2.17합의서를 보장하고 하나금융이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하는 등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둔 만큼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를 계속하려는 태도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통합협상 교착상태
김 회장은 지난달 연임이 결정된 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추진을 재가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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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김 회장은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에게 “노조가 우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한다면 대화를 해야 한다”며 “2.17 합의서 위주로 진행됐던 이전의 대화보다 더 건설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외환은행의 2014년 4분기 실적 등을 근거로 법원에 가처분결정 이의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도 “외환은행 실적 등 경영환경이 악화한 자료를 내면 법원도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내정자가 먼저 노사합의를 주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회장으로서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법원의 가처분결정 이후에도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하는 등 조기통합 반대에 대한 강경입장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는 통합협상에 나섰던 노조 측 협상대표 1명을 최근 영업점으로 발령낸 데 대해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노조와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발령이 난 것이며 통합협상이 다시 시작되면 복귀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