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다결정 열전 반도체로 독자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매출의 60% 이상, 영업이익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부품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다결정 열전 반도체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 박종석 LG이노텍 대표이사가 중국 열전 반도체 테크 포럼에 참석했다. |
8일 LG이노텍 관계자에 따르면 LG이노텍은 현재 가전제품과 자동차용 시트에 주로 집중돼 있는 열전 반도체 적용 범위를 앞으로 차량 배터리 냉각장치와 선박 등에까지 적극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이노텍은 이를 위해 열전 반도체분야의 연구 개발에 힘을 쏟아 올해 6월 다결정 열전 반도체라는 고성능 제품을 내놓았다.
열전 반도체는 성질이 서로 다른 반도체를 이용해 열 에너지나 전기 에너지를 발생하는 제품이다. 별도의 냉매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가스 방식의 컴프레서보다 간편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LG이노텍의 다결정 열전 반도체는 10억분의 1미터 수준인 나노미터(nm) 단위의 초미세 결정 구조로 기존 제품보다 강도가 높고 가열·냉각용량도 20%가량 커 소형 가전과 웨어러블 기기부터 차량, 선박, 산업용 장비까지 그 활용도가 넓다.
특히 대형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폐열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장기적 성장성도 지니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3~5년 뒤에는 폐열 발전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선박 쪽은 열전 소자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다결정 열전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내년 초 양산에 앞서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중국에서 올해 하반기에만 9월과 10월 두 차례 ‘열전 반도체 테크포럼’을 열고 중국의 여러 기업과 기관에 다결정 열전 반도체를 소개했다.
중국은 열전 기술의 상용화율이 낮아 시장 진입의 기회가 열려있고 최근 중국 정부 주도의 친환경정책과 맞물리면 사업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다만 LG이노텍은 열전 반도체사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재부품사업은 완제품과 달리 공급 규모를 늘리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LG전자 가전사업을 기반 삼아 시장을 단계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 냉장고에도 LG이노텍의 열전 반도체가 적용됐다. 열전 반도체를 이용하면 진동과 소음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권일근 LG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는 “5년 뒤 열전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0~20% 수준을 예상하며 장기적 관점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꾸준히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며 “열전 반도체를 LG이노텍의 핵심 신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열전 반도체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낮은 전력 생산 효율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열전 반도체를 냉장고 컴프레서와 비교하면 전력 효율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
유럽은 지나치게 에너지 효율이 낮은 등급의 제품을 규제하고 있어 중국을 기점으로 세계시장까지 규모를 확대하려면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5등급 이상까지는 개선해야 한다.
LG이노텍은 “열전 반도체가 소비 전력에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제품과 비교했을 때는 효율이 30~40% 정도 높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소비 전력의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