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1-07 17: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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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참여 여부를 놓고 곤혹스런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차로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본궤도에 오르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시장의 확장성이 있는지 등을 놓고 미래를 낙관하기만 할 수 없다..
▲ 1일 황세영 울산광역시의회 의장(오른쪽)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하언태 울산공장장(왼쪽)과 광주형 일자리의 현대자동차 투자 참여 등 현안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의회>
그렇다고 투자 계획을 거두기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지가 매우 강해 발을 빼기에도 쉽지 않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사업과 관련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광주광역시 투자유치추진단과의 광주형 일자리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지역 노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투자유치추진단은 7일 현대차가 난색을 보인 2~3개 안건을 조율한 뒤 8~9일 현대차 임원들과 만나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노동계가 광주광역시에 사실상 전권을 위임하고 있어 현대차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노동계의 사업 추진 의욕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사실상 투자의향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현대차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이 받는 1년 평균 연봉(93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에 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주도하는 쪽이 지방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라는 점에서 투자 위험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연간 10만 대의 경형 SUV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소형 SUV 인기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오히려 이런 투자 결정이 현대차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판매 부진으로 울산 공장과 전주 공장의 가동률이 한참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새 위탁공장 투자는 주주나 노조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영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부장도 6일 “이미 경차시장은 14만 대로 포화 상태고 2019년 1월에는 과포화 상태가 될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따라 한국 자동차산업과 현대차의 위기가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차로서는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과 품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데 노사문제가 불거지면 위기를 벗어나는 데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 6일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가운데)이 노조간부들과 함께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반값 연봉 공장으로 불리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투자 결정을 미루기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은 6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광주시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미래”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며 현대차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노사의 새 협력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도 합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광주형 일자리에서 현대차가 발을 빼기에는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사실상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광주형 일자리사업 투자자로서 사업 추진에 욕심을 낸다면 자칫 ‘값싼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공장 외주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반면 다른 측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가 현대차에게 유리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좌초 위기를 겪을 때도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 등 대응을 최대한 자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주도하는 광주광역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에게 광주광역시 위탁공장 건설은 해외공장 투자와 다른 성격을 지닌다”라며 “해외공장 건설은 회사가 투자부터 운영, 관리 등 모든 것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 주도 아래 현대차가 주주로 참여하는 것뿐이라 현대차 의사보다 광주광역시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