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업황을 놓고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는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패널 출하량과 시설 투자를 축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LCD사업에 의존을 낮추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
6일 IBK투자증권이 인용한 시장 조사기관 IHS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 대만 AUO 등 중화권 패널업체들의 8~10월 LCD공장 가동률은 평균 90%를 웃돌았다.
올해 초부터 LCD업황이 급격히 침체되며 중화권 패널업체들의 출하량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예상과 다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대형 LCD패널 가격은 11월과 그 이후에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에는 중국의 새 대형 공장 가동이 시작되며 공급 과잉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LCD 패널 공급 증가율은 올해 약 7.4%를 보이고 있는데 2019년 10.1%, 2020년 16.2%에 이르며 수요 증가율을 크게 웃돌아 업황 악화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내년까지 LCD 패널에 의존을 낮추는 '출구 전략'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패널의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차세대 패널 기술로 꼽히는 퀀텀닷 올레드(QD-OLED) TV 패널을 신사업으로 키워 LCD 비중을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 TV 패널의 매출과 수익성을 늘려 LCD 의존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모두 올레드패널을 주력사업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고전하고 있어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올레드 중심으로 사업 전환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은 전반적 시장 침체로 스마트폰업체들의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신사업인 퀀텀닷 올레드 패널도 아직 연구개발 단계라 상용화 시기가 분명하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확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레드 중심의 사업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LCD패널의 수익성을 개선해 실적에 계속 기여하도록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규모가 큰 LCD사업을 축소하면 올레드로 이를 단기간에 만회하기 쉽지 않고 올레드 패널에 들이는 시설 투자 부담도 막대하다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디스플레이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내년 1월까지 90% 안팎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화권 패널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중화권 패널업체들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축소와 올레드 중심 전환을 예상해 더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마저 LCD 패널 생산 축소를 미룬다면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는 훨씬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순학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공장을 올레드로 전환하면 매출 비중이 높은 LCD 출하량이 크게 줄어 1~2년 동안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LCD업황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패널 중심의 과감한 생산 전환과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레드 패널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노후화된 생산라인을 개선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투자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