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금융그룹이 부동산 개발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신통치 않다.
부동산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는 시각과 ‘패착’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기도 하는데 대신증권은 해외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2011년부터 저축은행과 한국창의투자자문, 우리F&I를 잇달아 인수하며 비증권업을 중심으로 그룹 덩치를 불려왔다.
경쟁관계에 있던 증권사들이 줄줄이 자기자본을 키워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IB) 지위를 차지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과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자회사의 성장을 통해 그룹을 키우려 했지만 첫 단추로 꼽히던 '나인원 한남'사업이 틀어지면서 곤혹스러워졌다.
나인원 한남사업은 대신금융그룹이 부동산 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시험대로 꼽히던 사업이다.
2016년 대한주택공사로부터 한남동 외인 주택부지를 6242억 원에 사들여 고급 주택단지로 만드는 사업으로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F&I가 개발을 맡고 시행은 대신F&I의 100% 자회사인 디에스한남이 맡았다.
대신금융그룹은 2017년 12월까지 아파트 분양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분양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자비용만 누적됐다.
대신증권은 고급 주택단지로 분양하려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를 대신증권이 원하는 수준을 밑도는 수준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예상했던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진 셈이다.
그러자 대신F&I는 나인원 한남을 임대 후 분양방식으로 바꿨다. 임차인이 임대 보증금을 내고 4년 동안 거주한 뒤 2024년에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신F&I는 나인원 한남에 후순위로 투자한 1500억 원을 당장 회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이자비용만 매년 130억 원가량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대신F&I의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지는 등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대신증권은 대신F&I 등 자회사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칫 대신증권의 신용등급까지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나인원 한남사업은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4년 뒤 분양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금융그룹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부동산 투자를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부동산 관련 연구보고서도 계속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9월 뉴욕 맨하탄 빌딩에 1127억 원을 투자하고 473억 원을 들여 미국법인을 세우는 등 선진국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글로벌 부동산 투어 도쿄’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제 안정화, 안정적 금리 및 환율 전망, 2020년 도쿄올림픽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수요 확장 기대에 따라 일본 부동산시장을 향한 투자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해외 부동산과 관련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미국 뉴욕 맨하탄 이후 두 번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