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페이’가 여신 기능 없이 올해 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초기에 여신 기능 없이 서울페이가 스스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는 여신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 올해 연말에 서울페이를 내놓기로 했다.
서울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결제 대행회사와 카드회사를 없애 수수료 0%대를 가능하게 만든 결제 수단이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서울시가 주도하고 있으며 ‘제로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을 당장 추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0월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 추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페이는 출범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연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금융결제원을 통하는 금융 공동망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기에 여신 기능까지 추가된다면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만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민간 비영리단체인 소상공인 간편결제사업 추진단을 통해 서울페이를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이 추가되면 이 단체를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이 추가되면 시스템 확보는 물론이고 법적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할 것”이라며 “여신 기능을 얹으면서 연말에 출범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페이가 여신 기능 없이 시작될 것이 확실해지자 서울페이의 정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페이 이용 혜택으로 소득공제 40%, 각종 공용 시설의 할인을 내걸었지만 이것만으로 서울페이가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울페이가 각종 포인트로 무장한 신용카드보다 결코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서울페이가 초기 정착에 실패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도 서울페이가 보조금에만 의지해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시가 서울페이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지만 영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페이에 여신 기능을 추가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0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금융기관과 협조해 소액의 여신 기능을 추가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여신 기능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