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현직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는 KB금융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어떻게 처리할까?
KB금융 이사회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현직 회장의 연임을 먼저 판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직 회장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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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과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오는 9일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논의 끝에 지배구조개선안을 대부분 확정했으나 이 문제만 결정을 보류했다.
KB금융은 내부 경영자 승계프로그램으로 현직 회장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 연임의사를 묻고 평가하는 방안을 지배구조개선안에 포함했다.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동의하고 좋은 경영성과를 냈을 경우 차기 회장 선임의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JP모건, 웰스파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글로벌 금융지주사들도 현직 회장의 경영성과에 따라 연임을 먼저 판단하고 있다.
KB금융은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해 ‘KB금융 사태’로 크게 흔들렸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려고 이런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KB금융은 2008년 9월 출범한 이래 황영기 초대 회장을 포함해 6년 동안 5명의 회장이 재임할 정도로 자주 CEO가 바뀌어 경영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현직 회장이 연임을 원할 경우 사외이사들이 경영실적을 평가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회장이 이사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권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7년 동안 회장으로 일하면서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이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15년 동안 회장으로 일하면서 이사회 안에 자기세력을 심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도 2011년 취임한 뒤 현직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2013년 연임 당시 경쟁 후보가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자 이 제도를 폐지했다.
KB금융은 논란이 불거지자 현직 회장의 경영실적 평가와 다른 후보들에 대한 종합평가를 함께 진행해 결과를 판단하는 수정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회장을 제외하고 다음 회장부터 연임우선권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윤 회장부터 연임우선권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한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KB금융의 현직 회장 연임우선권 부여에 우려를 표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가장 민감한 CEO 내부승계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 회장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나온 것도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현직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는 방안 아래서 회장의 권한을 견제할 제도를 마련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들도 매해 연임평가를 받는 만큼 이전보다 현직 회장과 유착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직 회장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KB금융 사태와 같은 내분을 막으려는 것이 연임우선권의 의의”라며 “경영성과가 나쁠 경우 연임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방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