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2-19 16: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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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수익성 회복과 자본 적정선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과율 상한이 오르면서 농지비 증가가 NH농협금융지주의 실적 개선 흐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나온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수익성 확보와 자본 적정성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라 NH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에 납부해야 할 농지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농지비 부과율 상한을 매출 또는 영업수익 기준 기존 2.5%에서 3.0%로 0.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5.0%까지 높이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금융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본비율 하락 등 자본 건전성 훼손 우려를 제기하면서 현재 수준으로 조정됐다.
농지비는 농협중앙회가 계열사의 매출이나 영업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비용이다. 농업인 지원과 농촌 사업, 교육 등 공익적 목적에 쓰인다. 사실상 고유 부담금 성격의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상한 규정인 만큼 모든 계열사가 동일한 비율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농협금융은 농협 계열사 가운데 핵심 수익원 역할을 맡고 있어 농지비를 상한 수준까지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농지비 증가 속도가 실적 성장세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지비 차감 전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농지비 지출은 6.4% 증가했다.
이익 확대 폭보다 농지비 청구서가 더 빠르게 두꺼워지고 있는 셈이다.
농지비 규모는 2021년 4458억 원에서 2024년 6109억 원으로 늘어난 뒤 2025년에는 6503억 원까지 확대됐다.
반면 농지비 차감 전 순이익은 2021년 2조6034억 원에서 2024년 2조8836억 원, 2025년 2조9718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익 성장세가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농지비 부담 확대는 자본 건전성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농협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25%에 머물며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KB금융(13.79%), 하나금융(13.37%), 신한금융(13.33%) 등 13%대를 웃도는 경쟁사들은 물론 우리금융(12.90%)과 비교해도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농협금융이 상장사가 아닌 만큼 자본비율 관리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농지비 지출이 내부 유보를 통한 자본 축적 속도를 늦춘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농협금융의 농지비 부담을 자본 관리상 리스크 요인으로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월 농협금융에 농지비 관련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며 구조적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커지는 농지비 청구서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농업ᐧ농촌 지원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농지비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인데 금융당국의 자본 규제 환경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측면의 부담도 적지 않다. 농협금융은 2022년 실적이 한 차례 후퇴한 뒤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왔지만 농지비 부담이 확대될 경우 올해 4년 만에 다시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지난해 농지비 부과 기준에 상향된 3%가 적용됐다고 하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후퇴했을 수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지비 부과 기준을 2.5%에서 3.0%로 단순 0.5% 가량 높이면 농지비 규모는 기존 6503억 원에서 7803억 원으로 1300억 원가량 증가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2조5112억 원을 올렸다. 2024년보다 2.3%(57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과율 상한이 오르면서 NH농협금융지주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NH농협금융지주 >
이 회장이 자본 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정면 돌파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은 약 1200만 명에 달하는 두터운 시니어 고객층을 기반으로 그룹 특화 브랜드 ‘NH올원더풀’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주요 계열사를 통해 시니어 맞춤형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니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세웠다. 전국 단위의 촘촘한 영업망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극대화하고 이를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농협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한 ‘생산적 금융’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생산적 금융에 108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주요 금융지주와 견줘도 손꼽히는 규모의 투자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로드맵 발표 두 달 만에 농업 특화 ‘생산적 금융 3호 사업’까지 가동하며 실행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포트폴리오의 질적 재편을 이루고 고수익자산 중심의 위험가중자산(RWA) 한도 배분으로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