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근무했던 임원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지시로 ‘다스’ 소송비를 대신 납부했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열고 공소사실에 추가된 삼성 측의 다스 소송비 430만 달러 대납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근무했던 임원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스크를 하고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모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략기획팀장은 “최모 사장으로부터 ‘이학수 실장의 지시’라며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에서 명세서를 받으면 최고재무책임자에게 전달해 처리하라고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미국 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한 민모씨도 “오씨로부터 ‘실장님 지시’라는 보고를 받았고 그 뒤 명세서를 관리부장에게 지급 처리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민씨는 2008년부터 에이킨검프에서 온 명세서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3년여 동안 10번 이상 주기적으로 명세서를 받은 것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세서에 적힌 액수 등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스(DAS)’라는 문구가 적혀 있던 것은 기억한다고 했다.
오씨는 명세서를 처리하면서 당시 사회이슈가 됐던 다스와 연관성을 놓고 짐작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오씨는 “에이킨검프가 다스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삼성에서는 전략기획실이나 구조조정본부에서 지시하면 의문을 품지 않고 바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삼성 미국 법인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에이킨검프에 430만 달러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전 대통령의 뇌물에 추가했다.
법원이 6월21일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았다며 기소된 뇌물액수는 기존 585만 달러에서 1015만 달러로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