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9-06 18:38:09
확대축소
공유하기
지방 부동산시장이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의 과열 잡기에 집중하면서 지방 부동산의 미분양 대응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을 뺀 지방 지역이 7월 기준으로 국내 미분양 주택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방 한 아파트단지의 건설 현장. <연합뉴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방 주택의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수도권 부동산시장과 비교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미분양 주택 6만3132가구 가운데 수도권을 뺀 지방이 86%(5만4300가구)를 차지했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수도권(8832가구)의 6배 이상인 것이다.
지방 주택의 미분양 물량은 6월보다 3.3%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기간에 수도권 주택의 미분양 물량은 3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7월 기준 1만3889가구 가운데 지방의 비중이 81.1%(1만1264가구)에 이른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한 주택이 분양되지 않아 빈집으로 남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의 손실은 물론 소홀한 관리 등으로 입주자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 주택의 미분양 증가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든 반면 최근 3년 동안 공급량은 크게 늘었다.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 주택 대신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6일 내놓은 전국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 증감폭을 보면 지방은 -0.08%를 나타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0.25%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국토교통부에 미분양 대책 마련을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지역 건설사의 경영상황 악화가 예상되고 미분양이 너무 늘면 부동산 거래 자체도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상남도는 8월 초 국토부에 공공주택사업의 규모 조정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충청북도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미분양 관련 간담회를 열었고 부산 부산진구는 국토부에 청약조정지역 해제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8월 국회에서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 과잉과 산업 위축으로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다”며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하고 필요하면 청약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거나 청약위축지역 지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8월31일 미분양관리지역 22곳에 대구 달성과 충청남도 당진을 추가했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부동산업자가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부지를 사들일 때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다른 뚜렷한 미분양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8월27일 부동산 대책도 서울에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고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등 수도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장관이 검토하고 있는 청약위축지역 지정 등도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평가를 굳혀 미분양 증가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지방의 미분양 증가세를 잡으려면 개별 지역의 상황에 맞춘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인허가권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