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성공 공식으로 보여줬던 ‘최초 출시를 통한 시장 선점’ 전략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로 앞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트룩시마’를 세계 최초로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허셉틴, 휴미라, 아바스틴 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서는 ‘후발주자’가 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맞춤형 차별화 전략을 통해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 셀트리온이 후발주자임에도 성공을 거둔다면 셀트리온의 기업가치는 큰 도약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최초 출시 더 이상 불가능해져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퍼스트 무버’ 전략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CT-P17’과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 2020년 임상3상 완료를 목표로 최근 임상에 들어갔고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역시 최근에야 임상3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개발에서 뒤처져 있고 경쟁사들은 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일제히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휴미라는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연간 매출이 20조 원에 이른다.
휴미라의 유럽 물질 특허는 10월16일 만료된다.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스 등은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각자 개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고 특허 만료일에 맞춰 출격을 대기 중이다.
후지필름쿄와기린바이오로직스, 화이자, 코헤루스, LG화학, 바이오캐드 등도 올해 10월 출시는 힘들지만 판매 허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완료한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은 40여 개에 이른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역시 마찬가지다.
아바스틴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2004년 대장암 치료제로 출시한 바이오의약품이다. 그 뒤 전이성 직결장암, 전이성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교모세포종, 난소암, 황반변성 치료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규모는 7조5천억 원 정도다.
아바스틴은 미국에서 2019년 7월, 유럽에서 2020년 1월 특허가 만료된다.
암젠은 엘러간과 함께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8년 1월에는 유럽 의약품청(EMA)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임상3상을 마쳤고 베링거잉겔하임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아바스틴도 특허가 끝나면 휴미라처럼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이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8년 2월9일 유럽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사업가’ 서정진, 셀트리온 차별화 전략 성공할까
셀트리온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분야에서 시장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셀트리온은 2014년 초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최초로 출시했고 지난해 4월 혈액암 바이오의약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가장 먼저 출시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내놓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2개월 정도 늦었지만 유럽지역 공공입찰이 2분기부터 대부분 시작하기에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 전략은 불가능해졌다.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셀트리온의 성공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면서 경쟁사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형 바이오의약품은 특허 만료와 동시에 수많은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쏟아질 것이 확실하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1종당 평균 3천억 원이 들어간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출시했지만 시장 경쟁에서 밀린다면 셀트리온이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서정진 회장은 시장 선점 대신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성공을 모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단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라 ‘고농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애브비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대비하기 위해 고농도 제품을 내놓자 이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들은 많지만 고농도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이 가장 앞서 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생산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서 회장은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바스틴이 다른 바이오의약품들보다 월등히 비싼 바이오의약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아바스틴은 1년치 복용 약값이 5천만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날보다 조금 더 싼 수준으로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서 회장은 판단한 것이다.
서 회장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CT-P17과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인 CT-P17는 각각 2020년, 2021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CT-P17은 경쟁사들보다 효능과 품질에서 앞서고 있으며 CT-P16은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우리가 만든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도 동등성이 가장 완벽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