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압박에 응답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24일 정계에 따르면 백 장관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회 등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전기요금 개편안에 이를 담을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진제를 폐지하게 되면 전기요금이 오르게 되는 가구들 불만이 커질 수 있어 이를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현재 3단계로 나뉜 전기요금 체계를 기준으로 누진제 1, 2단계를 쓰는 가구들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
백 장관은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진제를 바꾸면 누진제 1단계를 쓰는 800만 가구와 2단계 600만 가구 등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며 “누진제를 손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누진제의 폐지 논의가 촉발된 것은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폭증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진제 폐지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이에 따른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저소득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상품권이나 요금할인의 확대 등이 백 장관이 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력의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 장관으로서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의 요금체계에 차별이 있다는 불만도 해소해야 한다.
애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전기에도 산업용 전기와 마찬가지로 계절 및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중장기적 방침을 정했다.
그러려면 산업용 전기와 마찬가지로 각 가정의 실시간 전력 사용량을 알 수 있는 지능형 검침망이 보급돼야 한다.
한국전력을 통해 2020년까지 1조7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능형 검침망을 전국 2250만 가구에 보급하기로 했는데 누진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이 보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원유철 의원실 관계자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면 국민들이 쓰지도 않은 전기요금을 내지 않게 된다"며 "전기요금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압박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8월 들어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해 7개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들은 폭염을 재난으로 인정해 주택용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개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6개 법안이 전기요금 누진세를 폐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누진제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쓴 만큼만 내도록 전기요금체계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들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