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외국언론이 분석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현지 스마트폰업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입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24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소비자와 인터뷰를 인용해 "과거에는 중국산 스마트폰을 쓰면 가난하다는 인상을 줬지만 이젠 화웨이 스마트폰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9%,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한때 각각 2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위축됐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와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품질도 빠르게 개선하며 외산 스마트폰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중국에서 입지를 잃는 계기가 됐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출시한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사고가 발생한 뒤 중국에서 다소 늦게 리콜을 실시했다.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삼성전자 브랜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시장조사기관 펭귄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재구매 의사가 50% 미만으로,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구매 의사가 13%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국과 외교관계가 악화한 점도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 배경으로 꼽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시기가 마침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던 때와 맞물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과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주주총회와 갤럭시노트9 출시행사 등 공식 석상을 통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 입지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에서 이전과 달라진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만큼 삼성전자가 반등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20'(왼쪽)과 샤오미 '미믹스2'. |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에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반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마음이 이미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현지시장에 특화된 보안 기능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애플과 삼성전자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점도 시장에서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9 출시행사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유통조직을 정비하고 매달 직접 현지시장을 점검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스마트폰을 구매한 현지 소비자들이 이미 가격이 비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이유를 뚜렷하게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대결하는 전장을 중국 외에 글로벌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이라며 "전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