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 꿈을 안고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중소 선사를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 선사 지원을 놓고는 해양진흥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비전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5일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의 가장 큰 목적은 해운사을 상대로 한 금융 지원”이라며 “현재로서는 대출이 쉽지 않은 중소 선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의 금융 지원은 자체적으로 외부 차입이 쉽지 않은 중소 선사에 투자나 대출,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에 따라 첫 사업으로 740억 원 규모의 세일 앤드 리스백(S&LB) 지원을 시작했다. 세일 앤드 리스 백은 선사의 선박을 매입한 뒤 다시 빌려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해양진흥공사는 내부 심사를 거쳐 입찰한 11개 선사 가운데 10개 선사, 선박 10척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는데 선정된 10개 선사는 모두 중소 선사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세일 앤드 리스백 지원사업으로 중소 선사가 기존 금융보다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소 선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해양진흥공사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 선사를 지원하는 것은 해운산업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애초 해양수산부도 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목적을 중소 선사를 향한 금융 지원과 중고 선박 매입, 재용선 등의 자금 지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해양진흥공사가 금융 지원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2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한데 현대상선이 계획하고 있는 발주물량만 28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등 해양진흥공사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해양진흥공사가 출범 당시 밝힌 지원 사업 가운데 하나도 선박 건조 지원의 후순위 투자였다.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해운업계의 목소리는 공사 출범 초기 단계부터 나왔다.
최근 선박 평형수와 황산화물, 온실가스 등 선박 건조에 환경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면서 선박 신조에 세계적으로 정부 지원을 늘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진흥공사가 법정 자본금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금 3조 원 수준으로 출범한 만큼 당장 대규모 지원을 시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에서는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이 10조 원은 돼야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산업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자본금의 2배 확충을 꼽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자본금이나 지원 규모 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