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 앉아 있나,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닌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재판을 맡은 오성우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를 꾸짖는 듯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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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열리는데 오 부장판사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끝까지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잘못이 없음을 항변했다.
오 부장판사는 이에 앞서 두 차례 열린 공판에 이어 이날 결심공판에서도 피고인과 증인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됐다.
오 부장판사는 대구 영남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1990년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22기로 마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창원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그뒤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거쳤으며 현재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오 부장판사는 평소에도 공판중 질문이나 훈계를 많이 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오 부장판사는 강용석 변호사의 여성 아나운서 집단모욕 혐의로 재판을 진행했는데 당시 “피고인은 이미 사회적 감옥에 수감됐다”고 꾸짖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특히 이번 조 전 부사장 관련 재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궁금하듯이 재판부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오 부장판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가 조 회장을 증인 채택한 것은 법조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법정에서 증인으로 선 조 회장에게도 특이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혹시 이건 가정인데 증인이 박창진 사무장 입장이면 사건 당시 어떻게 행동했을지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오 부장판사는 또 박 사무장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나 사건 관련 신문보도 내용을 묻기도 해 조 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조 회장은 오 부장판사의 질문에 박 사무장의 거취와 관련해 계속 근무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했다.
오 부장판사는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을 향해서도 “평소에 일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데”라며 업무나 평소행실에 관한 소문을 물어보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최근 최장기 파업을 기록한 철도노조 집행부 4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불법파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2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적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무장 등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에 대해 늦게나마 검찰에서 잘못을 일부 인정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문책지시는 정당하다면서 끝까지 (비행기 회항을)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한 사과와 반성은 비난여론에 못 이겨 한 것일 뿐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함께 기소한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