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에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정면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는 문제와 관련해 한화생명과 금감원의 법률적 시각 차이가 드러나면서 팽팽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전면 불복하기로 하면서 금감원의 '민원인 소송 지원'을 사실상 촉발하게 됐다.
한화생명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밝히자 금감원은 민원인 편에 서서 정식 소송을 돕는 소송 지원제도를 가동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더 이상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바로 소송절차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약관에 따른 법률적 해석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상품구조를 봤을 때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은 타당하지 못하다며 금감원에 맞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조정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즉시연금에서 사업비와 보장계약보험료(위험보험료)를 공제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보험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앞서 분쟁 조정을 거친 삼성생명의 약관과 달리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한 뒤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두고 있어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사업비 등 금액을 연금액에서 공제할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생명보험사에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며 “매달 가입자에게 주기로 한 ‘연금액’에서 공제를 한다는 점이 약관에 없기 때문에 이를 마저 다 지급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과 같이 한화생명도 매월 연금 지급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할 약관상 근거가 없다고 바라봤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조정 결정서에서 ‘납입한 보험료 총액에서 보장계약보험료와 사업비를 차감한 최초의 연금계약 적립액을 기준으로 수익을 생존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료를 보험사에 목돈으로 낸 뒤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그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만기환급형은 매월 이자만 연금으로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받는다.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보험료를 처음에 한꺼번에 받으면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뗀 뒤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연금을 주는데 만기 때 돌려줄 원금을 메꾸기 위한 금액을 매월 연금액에서 공제한 것이 분쟁의 소지가 됐다.
금감원은 약관에 충실하게 처음 보험료를 받았을 때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뗀 뒤 연금액을 수익이 발생한 대로 다 주고 만기 때 주기로 한 원금도 다 주면 된다는 것이고 보험사는 연금액을 다 보장하라는 말은 곧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떼지 말라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앞으로 이어질 분쟁에서는 한화생명의 독자적 즉시연금 상품구조도 새로운 근거로 내세울 것으로 파악됐다.
즉시연금 상품은 보통 만기환급형과 종신형으로 구성되지만 한화생명은 이에 더해 거치형을 제3의 유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거치형은 만기환급형과 비슷하지만 연금개시 전 거치기간을 3년여 둔다는 점이 다르다.
한화생명은 “거치형상품 가입자는 거치기간에 적립금이 불어나 그만큼을 매달 연금액에 더해 받고 있었다”며 “금감원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연금액에서 공제해도 안 되지만 추가를 해도 안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치형 가입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도 13일 즉시연금 지급과 관련해 조정 신청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법원에 내면서 금감원의 결정에 정면으로 법적대응에 나서 즉시연금 문제는 본격적으로 법적 다툼의 길로 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