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농심 사외이사로 선임되자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 출석이나 소환조사를 미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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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
시민단체들은 농심이 알츠하이머 병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 없다며 라 전 회장이 소환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2일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에 관련된 불법 행위가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법원에 출석하거나 소환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농심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이 지난해 8월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며 12월 말 열린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회에도 참석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의 불법과 비리행위가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는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라 전 회장을 소환하지 않는다면 시민들과 함께 항의방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지난달 29일 라 전 회장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은 오는 3월20일 열리는 농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선임되면 3년 임기 동안 사외이사를 맡게 된다.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 당시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조직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당했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은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도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불응했다.
라 전 회장은 2013년 10월과 11월 열린 신한사태 공판에도 역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이유로 줄곧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라 전 회장이 농심 사외이사로 내정된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농심은 “라 전 회장이 건강을 회복했으며 현재 사외이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심은 라 전 회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내분으로 확대됐다.
라 전 회장은 당시 신 전 사장과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났다. 신 전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도 함께 사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