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증자나 지분 인수 등 투자를 연이어 추진하며 비은행 계열사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 시너지를 통해 비은행계열사를 도우면서 숨고르기를 했던 데에서 더욱 적극적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비은행계열사 비중을 높인다는 목표까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먼 만큼 앞으로는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등 비은행계열사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며 최적 포트폴리오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은행계열사 강화 전략 변화하며 성과 거두기 시작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4년 동안 비은행계열사 비중이 1~3%대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올해 상반기 8.5%까지 커지는 성과를 냈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KEB하나은행의 비중이 무려 96.9%를 차지했고 지난해 전체로 봤을 때 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이 하나금융지주 순이익보다 많았다.
김 회장은 2018년 1월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뒤부터 아껴왔던 자본을 비은행 계열사에 풀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2월 하나캐피탈 지분 42.65%을 2700억 원에 사들여 하나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3월 하나금융투자에 7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상반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7월23일 하나생명에도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로 많은 자금을 써 비은행 계열사에 통 큰 투자를 망설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어 비은행 계열사에 적극적 사업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그룹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를 중심으로 은행과 카드, 금융투자 등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를 확보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 사이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의 증자로 자기자본 3조 원대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섰고 KB금융지주도 현대증권을 인수해 KB증권을 단숨에 3위권 회사로 끌어올렸다.
◆ 비은행계열사 실정에 맞는 최적 포트폴리오 도출하기
김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한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스스로가 내세운 목표치에도 아직 멀었고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봤을 때에도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비중은 미미하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비중은 각각 32.4%, 32.6%다.
곽철승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도 1분기 말 컨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보험이 됐든 증권이 됐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자본력을 회복해 이제 어느 정도 굵직한 투자에도 나설 채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6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이 12.87%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 흐름을 살펴보면 2016년 상반기 11.35%, 2016년 말 11.77%, 2017년 상반기 12.59%, 2017년 말 12.74% 등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우선주배당 등에 쓰이지 않는 보통주자본금을 전체 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사업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쓸 수 있는 자본금이 많다는 뜻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도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분기 말 122.55%로 집계됐다. 2016년 말에는 126.74%, 2017년 말에는 125.2%였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를 바탕으로 금융지주사의 출자 여력을 추산한다.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 상한선을 130%로 잡고 있다.
김 회장은 추가 투자를 고려하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최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도출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하나금융투자에 관심이 높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상반기 1065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는데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가운데 46%를 차지한다.
하나금융지주가 2018년 3월 하나금융투자에 투입한 7천억 원은 하나금융투자가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었던 만큼 추가 증자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규모가 3조 원 이상이 돼야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을 수 있고 4조 원 이상이 되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2조584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반기 증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에 하나금융투자의 추가 증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는 증시 호황기로 증권사들이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투자금융 등 사업 다변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관측이 많아 하나금융투자가 활발히 뛸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은 7월에 한 차례 증자를 받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마주한 보험업계 상황 속에서 추가 자본 확충이 아쉬운 처지다.
기존에 KEB하나은행의 창구를 활용한 방카슈랑스로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했지만 앞으로는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으로 상품구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성이 좋지 않을 수 있어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도 정부의 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카드업계 전체가 침체해 있기 때문에 지주사 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
카드사들은 자동차금융이나 카드론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금을 조달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할 때 든든한 자본이 밑바탕이 돼야하는 만큼 전업카드사보다 은행계 카드사가 악화한 업황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하나카드가 해외사업에 진출하는데 함께 가서 직접 사업장을 돌보며 애착을 보이고 있지만 하나카드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할지는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경중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