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과 대리점주들 사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여 CJ대한통운이 택배 서비스에 부담을 안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는 18일 서울 중구의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영남 지역 택배 대란과 관련해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택배연대노조는 광주, 분당, 여주, 안산, 수원, 거제, 창원 등 7개 지회가 모여 CJ대한통운에 분류 작업 개선과 성실 교섭 등을 촉구했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17일까지 영남지역의 택배 대란을 놓고 정상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리점들과 협상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CJ대한통운 관계자가 17일 협상 자리에 참석해 분류 작업 복귀 등 조건을 계속 내세워 대리점과 그동안 해온 협의도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CJ대한통운 대리점과 택배연대노조는 택배기사들이 택배 배송에 앞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해야하는지를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들이 지역별 택배 터미널에서 담당 구역 화물을 구분해 확보하는 일을 말한다. 

택배연대노조는 “하루 평균 7시간가량 분류작업을 해도 그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영남지역 택배 대란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 물량의 급증 등 요인으로 부수업무였던 분류 작업의 노동강도가 높아진 만큼 별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은 분류작업을 택배배송의 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분류 작업은 택배기사가 배달해야 할 화물을 스스로 들고 간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택배기사가 받는 수수료에 그 대가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분류작업이 택배 배송의 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2월 택배 대리점이 택배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화물 분류 작업을 진행하는 데 택배 대리점과 택배회사 사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며 “택배회사가 화물 분류 작업과 관련해 노무비 등 이득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 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대리점연합회와 택배연대노조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연대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체인력 사용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배송 지연 등을 겪어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1만8천 명 가운데 800명가량이 택배연대노조에 가입돼 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노조원 300명이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택배 300개를 배송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CJ대한통운은 이날부터 하루 평균 택배 9만 개를 직영기사 등 대체인력 등을 통해 배송해야 한다.. 앞으로 파업 규모가 커지면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은 커진다.

CJ대한통운은 영남 일부 지역의 택배연대노조 파업으로 영남 지역에서 택배 배송 지연 등을 겪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울산 등 지역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어 대체배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사실상 6월30일부터 영남지역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이 계속 파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