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전산 교체작업 뒤로 미뤄뒀던 디지털금융사업을 다시 펼치며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빅데이터 분석 강화, 종이 없는 시스템 구축, 디지털 플랫폼 위비톡3.0의 업그레이드 등 디지털금융사업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짜고 있다.
▲ 손태승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은 우선 정보통신기술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부터 마쳤다.
6월 말 빅데이터센터를 새로 만들고 정보통신기술을 담당했던 팀을 하나로 합쳐 정보기술(IT)그룹으로 크기를 키웠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빅데이터 전담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은행도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고 앞으로 정보기술그룹 인재 선발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빅데이터 등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마케팅부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디지털금융그룹을 고객 서비스 및 영업부문과 함께 배치해 디지털 기술과 마케팅의 연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편된 정보기술그룹과 빅데이터센터는 사업계획 등을 7월 말 정도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은행은 디지털부문 강화를 통해 종이 없는 시스템 구축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전산 시스템 작업을 먼저 하느라 종이 없는 시스템의 기본 안만 설계해 놓고 뒤로 미뤄 다른 은행들보다 다소 늦어졌지만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산관리부문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인 '우리로보알파'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로보알파는 2017년 5월에 시범 적용한 자산관리 서비스인데 2019년 초 공식 출시를 목표로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의 정성적 판단과 전망까지 서비스에 반영해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기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회사 '우리에프아이에스(FIS)'가 차세대 전산 시스템, 빅데이터 등 디지털금융사업을 집중 연구해 디지털 기술 개발의 전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첨단 핀테크 기술의 연구개발과 위비플랫폼,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인식 뱅킹소리 시스템' 등 우리은행의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다.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우리은행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 인력을 추가로 모집하고 기술협력 사업자와 연계하는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기존 전산 시스템을 14년만에 차세대 시스템으로 교체하는데 애쓰는 동안 다른 은행들은 종이 없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빅데이터 전담시설도 구축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은행업무의 디지털화를 앞당기려고 노력했다.
종이 없는 시스템은 신한은행이 종이 대신 태블릿PC를 비치해 전면 적용하기 시작했고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 은행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빅데이터 전담기구는 2016년에 신한은행을 필두로 2017년에는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2018년 1월에는 KB국민은행에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까지 이번에 합세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을 갖추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우선 순위에 두느라 디지털금융사업들이 뒤로 미뤄졌지만 새 시스템 안정과 조직 개편으로 디지털사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은행권의 빅데이터 시스템 등 디지털금융이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디지털 기술 개발에 힘써 이른 시일 안으로 다른 은행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