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은 제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못했고 결국 뒤늦은 아쉬움만 남았다.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공익위원뿐이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이 제안한 8350원 인상안이 2019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되면서 공익위원측은 최저임금 인상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8350원은 2018년 최저임금보다 10.9% 오른 것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지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위한 인상률 15.3%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을 최저임금위원회가 폐기한 셈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속도조절론이 제기됐는데 이를 수용한 것이다.
다만 2019년 최저임금의 의미는 단순히 속도조절에서 그치지 않는다. 10.9% 인상률을 유지하면 2021년 최저임금 1만 원에 도달한다. 목표연도를 1년 늦추는 수준이다.
19대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제시한 2022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보다는 빠른 속도를 유지하게 된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도 보수 야당에서 주장하는 수준까지는 후퇴하지 않아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의 소득 분배 효과 개선을 위한 기준을 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으로 변경하는 등 최저임금 결정의 새로운 기준도 세웠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은 중위임금의 56.2%이지만 평균임금의 38.6% 수준이다.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분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류장수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후 “노사 모두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경제와 고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개선과 임금 격차 완화를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을 치열하게 고민해 제시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면 노사 양쪽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 모두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는 매우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전원과 근로자위원은 절반이 표결에 불참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장외투쟁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틀 안에서 적극적 목소리를 냈다면 각각이 더 유리한 쪽의 결과를 이끌어 냈을 수도 있기에 전략 실패가 더 뼈아프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저임금위원회를 보이콧했다.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심의 과정에는 모두 참여하고 표결에만 기권한 것이다. 사용자위원이 심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 최초안 이후에 어떤 수정안도 내놓지 않았고 최종 표결도 공익위원안과 근로자위원안을 놓고 이뤄졌다.
10.9% 인상을 결정한 공익위원안에는 ‘협상배려분’ 명목으로 반영된 1.2% 인상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끝까지 심의에 참여한 노동계의 체면을 차려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사용자위원은 최초 10.2% 인상안을 내놓았다가 10.9% 인상안으로 수정했기 때문에 노동계를 배려했다는 인상이 더욱 강하다.
경영계가 심의와 의결 과정에 참여했더라면 적어도 10.2% 인상수준으로 저지하든지 아니면 한 자릿수 인상 수준으로 묶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계 역시 근로자위원이 전원 참석하지 않아 노동계가 제시한 인상안을 관철할 기회를 상실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불만을 제기하며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를 떠났다가 한국노총 소속 위원 5명만 복귀했다. 민주노총 소속 위원 네 명은 끝까지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근로자위원은 최종적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15.3% 인상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안과 경쟁했다.
최종 투표 결과는 8대6으로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으나 적어도 공익위원 가운데 한 명은 근로자위원안을 선택했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네 명도 표결에 참여해 근로자위원안에 표를 던졌다면 15.3% 인상안이 채택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