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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왜 1970년대를 주목할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1-23 19: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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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는 왜 1970년대를 주목할까  
▲ 영화 '강남1970'의 한 장면

“누구에게나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

카이사르가 남겼다는 명언이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기억은 언제나 ‘있었던’ 그대로가 아니라 재구성될 뿐이다.

연초부터 극장가에 복고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미 1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배우 하정우씨가 감독으로 나선 영화 ‘허삼관’도 순항하고 있다. 20일 개봉한 유하 감독의 새 영화 ‘강남 1970’은 이틀 만에 3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에 ‘쎄시봉’도 관객들과 만난다.

극장가에서 이미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이들 작품의 키워드는 단연 ‘복고’다. 그러나 이들 영화를 단지 복고라고 한데 묶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들은 1970년대를 관통하는데 당대를 재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는 베트남 전쟁에 기술근로자로 나서 외화벌이에 나선다. ‘강남 1970’의 주인공 종대(이민호)는 197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붐에 편승해 복부인을 따라다니며 땅을 사러 다닌다. ‘쎄시봉’에서 근태(정우)는 통기타를 들고 음악을 시작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 한다.

모두 1970년대를 배경 삼았음에도 각기 다른 소재로 시대를 비추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그린 1970년대는 아버지들의 눈물과 피땀이 가득한 시대다. 강남 1970은 부동산 투기가 난무하던 욕망의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쎄시봉은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조영남 등 포크 가수들을 소환해 청년들의 낭만을 그린다.

올해 들어 유난히 사회 전체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마다 영화나 방송 등 대중문화 현장에 복고 키워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2013년에도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의 인기에 힘입어 복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40~50대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10~20대 젊은이들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상품인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복고 현상은 단지 시계를 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것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1970년대와 199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에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왜 하필 1970년대인지 수상하다는 얘기다.

1970년대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개인의 행복이나 가치가 희생되어야 했던 시대다.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동생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번번이 자신의 꿈과 기회를 희생해야 했던 것과 같은 논리다.

반면 ‘응답하라’ 시리즈가 소환한 1990년대는 이른바 ‘X세대’로 표상되는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권리가 우리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시대다.

  한국영화는 왜 1970년대를 주목할까  
▲ 유하 감독
유하 감독은 “‘강남 1970’은 현실에 은유로서 70년대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단순히 과거 추억 찾기나 향수하는 이런 영화는 아니다”라며 70년대 시대상을 빌어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의 이 말은 1970년대의 시대상과 지금 우리 시대가 친연성이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 말이 맞다면 우리시대는 어떤 면에서 1970년대로 퇴행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고 말했다.

1970년대를 눈부신 경제발전의 시기, 땅 투기로 대박 난 욕망의 시기,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표되는 낭만의 시기로 제각각 어떻게 그리든 보는 이는 ‘지금’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복고풍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그리는 것은 낭만적 과거일 뿐이며, 당시의 시대상이 드러나는 작품은 많지 않다. 과거의 힘든 기억은 망각하고 좋은 기억만 남겨 결과적으로 탈정치적 흐름에 기여하는 것이다.” 드라마 전문가 박노현 교수의 분석이다.

김갑수 평론가는 복고 열풍을 “퇴행적 현상”이라며 “10년 이상 한국사회가 정지상태를 맞이한 끝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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